2. 두타산을 아십니까?

일개미2882 2024. 12. 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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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퇴사를 갈기고..

또 반년의 방황기를 겪었다

당시에는 회계 지식이 많이 남아 있을때라

여기저기 회계 직군으로 시험을 보면 곧잘 붙었었다.

근데 워낙 말 주변이 없던 터라 면접에서 많이 떨어졌음

사실 그렇게 말을 못하는 편은 아닌데

사회초년생의 면접의 분위기가 너무 낯설었던거 같음

그래서 그 무렵에 대기업의 막차 of 막차

롯동금까지 지원을 하게 되었음

이쯤에서 나무위키를 참조해보면 '갈 데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가는 곳' 이라고 써놨는데

어.. 매우 정확하다

이제는 롯동금 아니고 효웅코사일도 아닌 네카라쿠배당토직야몰두센의 시대가 왔습니다만..

무튼 나의 친한 벗이 롯동금을 썼는데 떨어졌다해서

나도 아무 생각없이 롯동금 회계직을 썼는데, 그 중 하나를 덜컥 합격해버렸다.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봤더니.. 붙어버린 희안한 상황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연수 준비 후 입소했다

총 6주 연수였음

연수 중간에 두타산이라는 산을 탔었는데

정확한 이름의 배경이 있겠지만

진행자 말로는

골 때리게 산이 험해서

머리 두 때릴 타

그래서 두타산이라고 했다.

(사진으로봐도 가서 봐도 정말 돌밖에 없다)

 

그런데


 

갑자기 연수 끝무렵

인사에서 나를 불렀다.

당시에 회계직에 2명이 합격했는데

한명은 남자, 한명은 나였음

연수 중에 회사가 힘들어져서 (?) 한명만 회계팀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 세무사 1차 합격도 최근에 했고 회계 자격증이 있는 내가 당연히 회계팀을 갈 줄 알았음

다른 한명은 학교도 안 좋았고 입사 성적도 나보다 안 좋았음.

근데 내가 회계팀을 못가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고 했다

"왜요?"

"아.. 연수 성적이 더 낮아서요, 그리고 그 쪽 임원분이 남자분을 선호하신다고.."

리얼 개황당;

신입사원 연수랄게 뭐가 있나

산타고.. 협동같은거 하고 뭐 그런건데 뭔 그렇게 변별력 있는 테스트인건지?

말도 없이 그걸 기준으로 갑자기 진로를 바꿔버리니 ^^;;

이때부터 노답인 것을 알아봤어야 하는데

다시 생각해도 욕나옴

인사팀장하고도 여러 번 면담을 하였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고

어쨌거나 그 결과 개 뜬금 없는 부서로 보내짐

알고보니 그 곳은 파트장 포함 총 5명이 정원인 팀이였고

1년 안에 8명이 갈렸다고 함

다 도망가서 3명만 있다고 했다

누가 와도 반년을 못버틴다고 보면 됨

정말 너무 화가 났지만

나이도 찼고 당장 직업이 없으니 적당히 환승 이직을 하자고 생각하고 출근했다.

뭐든 잘 먹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고 바로 그사람이 문제의 B부장이였다.

"일개미씨? 아 안녕하세요. B라고 해요. 잠시 방에서 얘기 나누시죠"

"넵.."

"전 출근시간이 제일 중요합니다. 출근 시간을 꼭 지켜주세요"

"넵"

그러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코고는 소리가..들리는데 ..

난 아직까지 저렇게 회사에서 자는 인간은 본적이 없음

정말 자리에서 각잡고 코를 골고 있었다.

리얼 층이 다 울릴 정도였음

10분 전에 얘기를 나눴는데 어떻게 10분만에 잠이 들까 싶었음

그의 잠은 자리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니였음

회의 중간에도

임원이 자리에 와서 B부장을 찾아도..

술자리에서도....

그리고 잠의 깊이가 더 가관인게

회의가 없으면 자리에서 9시쯤 잠들고 11시에 일어나서

꼭 점심을 먹었고

2시에 잠들고 5시쯤 일어났음

6시에는 어김없이 기운을 차리고 술을 먹으러 갔음

정말 말이 안되는 생활패턴이였음

그 패턴은 그가 파트장에서 내려와서 평사원이 되어도

회사 희망퇴직자 추천 명단에 있었을때도 기가 막히게 유지되었다

회사에 좀 익숙해지자

너네 부장님 좀 깨우라는 메신저가 빗발치기 시작했음ㅋㅋㅋㅋ

그러면 옆자리 대리는 익숙한듯 일어나서

B부장 의자를 발로 차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B부장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는 ^^

여전히 B부장은 그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종종 잠자던 그의 골때리는 모습과 함께 험난했던 두타산이 떠오른다

두타산은 어찌보면 골때리는 직장생활의 인트로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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